저기압이 이틀 동안 비를 뿌려대고 물러나니 그야말로 쾌청한 날씨가 돌아왔다.
낮은 뭉게구름만 보면 아직까진 여름이지만 시원한 바람에서 가을 냄새가 난다.
미뤄뒀던 생일 쿠폰을 써야 할 날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게 되었다.
스타벅스 생일 쿠폰을 쓰려고 하면 이상하게 도전적이고 욕심이 나게 된다.
'안 먹어본 걸 골라야겠다.'
'그래 신제품!'
카운터에 서 있는 직원 뒤로 시선이 꽂혔다.
가운데 쓰여있는 글자를 읽어 본다.
"블랙 글레이즈드? 저게 뭐지? 커피인가?"
"이거 커피가 들어 있나요?"
"네~ 커피 들어있어요~"
오케이 이거다! 바로 주문을 해본다.
책을 보려고 왔으니 사이즈는 그란데로 하고 빈속으로 왔으니 달달한 케이크도 시켜야지.
(오늘의 책은 '날마다 그냥 쓰면 된다.' 서미현 작가)
"딩딩이님~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~"
"컵 가장자리에 뭐가 저리 묻어 있는 거지? 설마 시럽인가?"
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한입 쭈욱 마셨다.
"헉..."
"엄청 달잖아???" (초콜릿의 단 맛이다)
아... 매번 주문할 때마다 항상 입에 달고 다녔던 그 문구..
'이거 많이 단 가요??'
왜 그걸 물어보지 않았던 것일까.. ㅜ
충격적으로 단 맛에 넋을 잃고.. 거기에 엄청 단 초코 케이크까지 시켰네? ㅋㅋ
몇 모금 마시다가 도대체 안 되겠다 싶어 우유를 좀 더 달라고 했다.
그렇게까지 중화시켰음에도 반밖에 못 마시고 조용히 보내 드렸다.
오랜만에 뇌에 꽂히는 단 맛이었다.
정말 최악의 컨디션일 때 아침부터 강력한 당으로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마음먹은 날에만 도전해야 할 그런 맛이다.
스타벅스에서 뜨아가 그리운 건 참 오랜만이었다.
저 달달한 초코 케이크를 참 맛있게 먹어줄 수 있었을 텐데..
이렇게 나의 2021년도 생일 쿠폰은 날아갔다.
^^하하.. 하하하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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